주말 아침, 텔레비전을 켰다가 홈쇼핑 방송을 한참 보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원래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려고 했는데 쇼호스트가 프라이팬으로 달걀을 부치고 고기를 굽는 장면에 눈길이 간다. 기름을 적게 사용해도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새 가격과 사은품까지 확인하게 된다.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화면에 표시된 전화번호로 주문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쇼핑 방송을 보면서 바로 구매하고, 판매자에게 댓글로 질문까지 남길 수 있다. 2020년대 라이브커머스가 성장하면서 TV 홈쇼핑 쇼호스트의 일은 일방적으로 상품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판매하는 방식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홈쇼핑 방송의 특징은 물건을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제품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옷을 판매한다면 모델이 직접 입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방용품을 판매한다면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진 몇 장으로 제품을 확인하는 것보다 사용 방법을 이해하기 쉽다. 쇼호스트가 직접 사용하면서 장점을 설명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어떨까? 예전 TV 홈쇼핑에서는 시청자가 쇼호스트에게 즉시 질문하기 어려웠다. 상품의 크기나 색상, 사용 조건을 더 알고 싶다면 별도로 상담원에게 문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 라이브 방송에서는 시청자가 댓글로 질문하고 진행자가 그 질문을 읽은 뒤 직접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쇼핑 방송을 보는 화면이 텔레비전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방송을 만드는 방법부터 쇼호스트에게 필요한 능력까지 달라지고 있다.
1995년 한국에 처음 등장한 TV 홈쇼핑, 쇼호스트는 어떤 일을 했을까?
한국에서 TV 홈쇼핑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1995년이다. 그해 8월 1일 홈쇼핑텔레비전(HSTV)이 채널 39번을 통해 시험방송과 함께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홈쇼핑도 채널 45번에서 시험방송에 들어갔고, 같은 달 15일부터 상품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바로 상품을 주문한다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쇼핑 경험이었다. 물건을 구매하려면 백화점이나 시장, 동네 상점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익숙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1995년 8월 1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HSTV는 오전 9시부터 하루 4시간의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취급 상품도 가전제품과 의류, 식품, 주방용품 등으로 다양했다.
방송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전화를 걸어 주문했고, 판매된 상품은 배송을 통해 집으로 전달되었다.
이 새로운 판매 방식의 중심에 쇼호스트가 있었다.
일반적인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방송 내용을 전달하거나 출연자와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쇼호스트는 상품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시청자가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기를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단순히 제품의 이름과 가격만 알려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바닥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설명하며,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안내해야 한다.
시청자가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없기 때문에 방송 화면과 쇼호스트의 설명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쇼호스트는 상품을 소개하기 전에 제품의 특징과 사용 방법을 공부해야 했다. 방송 중에는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했다.
1995년 7월 전자신문은 홈쇼핑 방송사들이 개국을 준비하면서 쇼호스트와 전화 주문 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쇼호스트는 TV 홈쇼핑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판매 방송에 필요한 전문 인력으로 자리 잡아 간 것이다.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말도 있다. "지금 주문하시면 사은품을 추가로 드립니다", "방송 중에만 이 구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안내다.
이런 표현이 모두 과거에만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방송 시간 안에 상품의 가치를 전달하고 구매를 유도한다는 점은 TV 홈쇼핑의 중요한 특징이다.
다만 쇼호스트의 업무가 무조건 많이 판매하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성능과 가격, 구성품을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며 과장되거나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피해야 한다.
TV 홈쇼핑의 규모가 커지면서 쇼호스트는 판매 능력뿐 아니라 방송 진행 능력과 상품 이해도를 함께 요구받는 직업으로 발전했다.
1990년대에 TV 홈쇼핑을 이용한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꼈던 것은 집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새로운 소비 방식이었다.
그런데 25년쯤 흐른 2020년, 한국의 쇼핑 방송에는 다시 한번 큰 변화가 찾아왔다.
2020년 카카오·네이버 쇼핑라이브, 방송 중 댓글을 읽기 시작하다
2020년은 온라인 쇼핑과 실시간 판매 방송이 빠르게 주목받던 시기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과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때 주목받은 방식 중 하나가 라이브커머스다.
라이브커머스는 쉽게 말해 인터넷으로 진행하는 실시간 쇼핑 방송이다. 판매자가 카메라 앞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방송을 보면서 구매할 수 있다.
겉으로 보면 TV 홈쇼핑과 비슷하다. 방송 진행자가 상품을 설명하고, 사람들이 그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실시간 댓글이다.
2020년 5월 21일 카카오는 '카카오쇼핑라이브'라는 이름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날 저녁 첫 방송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상품을 판매했다.
카카오는 이전부터 진행하던 라이브 판매 기능을 개편해 모바일 이용자와 더욱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쇼핑 방송을 확대하려 했다.
같은 해 7월 30일에는 네이버가 기존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셀렉티브'를 '쇼핑라이브'로 개편해 선보였다. 네이버는 7월 23일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소상공인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서비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유명한 홈쇼핑 회사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판매자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동네 의류 매장이나 식품 판매업체, 작은 브랜드도 조건에 맞는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상품을 방송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옷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을 생각해 보자.
진행자가 재킷을 입고 상품을 설명하는데 한 시청자가 댓글을 남긴다. "키가 작은 사람도 입을 수 있나요?"
진행자는 댓글을 읽고 재킷의 길이를 보여주거나 실제 착용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 있다. 다른 시청자가 색상 차이를 물어보면 두 가지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도 있다.
TV 홈쇼핑에서는 방송에서 준비한 순서대로 상품을 소개하는 비중이 컸다면,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시청자의 질문에 따라 설명의 순서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진행자의 순발력도 중요해졌다.
음식을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TV 홈쇼핑에서는 준비된 시식 장면과 상품 설명이 중심이었다면,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보관 방법이나 조리 시간에 즉시 답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댓글을 바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가 많은 방송에서는 질문이 빠르게 올라오기 때문에 진행자와 운영 인력이 중요한 질문을 골라 답하기도 한다.
방송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므로, 실시간 소통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라이브커머스의 진행자는 말하기 능력뿐 아니라 시청자의 반응을 이해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차이는 방송 제작 방식이다.
대형 TV 홈쇼핑 방송은 전문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 조명, 방송 제작 인력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에 따라 여러 대의 카메라와 시연 공간을 준비하기도 한다.
반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장비로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마이크, 조명 등을 이용해 상품이 있는 매장이나 작업실에서 직접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규모가 큰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TV 홈쇼핑처럼 전문적인 제작 설비와 여러 명의 인력을 활용하기도 한다. 모든 라이브커머스가 혼자서 스마트폰 하나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송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제작 방식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판매자가 상품을 직접 소개하거나 온라인 방송 전문 진행자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쇼핑 방송이 등장한 것이다.
2024년 TV 홈쇼핑 매출 감소, 쇼호스트의 일자리는 정말 사라질까?
스마트폰 쇼핑이 늘어나면서 TV 홈쇼핑을 둘러싼 시장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TV 홈쇼핑 사업자의 매출액은 2024년 2조 6,425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해당 조사에서는 TV 홈쇼핑 매출이 2020년대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4년 매출 감소율은 전년 대비 2.1%였다.
TV 홈쇼핑 업계가 과거와는 다른 시장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숫자다.
다만 매출이 줄었다고 해서 쇼호스트의 수가 그만큼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매출과 종사자 수는 서로 다른 통계이기 때문이다.
또한 TV 홈쇼핑 시장의 변화에는 모바일 쇼핑뿐 아니라 경기 상황과 소비자의 구매 습관, 방송 운영 비용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쇼호스트라는 직업 자체는 앞으로 없어질까?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TV 홈쇼핑 방송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라이브커머스에서도 사람의 설명과 시연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TV 방송에 출연하는 전통적인 쇼호스트가 있고,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브랜드 관계자가 직접 상품을 소개하거나, 특정 분야에 익숙한 콘텐츠 제작자가 판매 방송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직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방송 출연 방식과 계약 형태, 맡는 업무와 필요한 전문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상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돕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예전의 쇼호스트는 방송이 시작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상품 설명과 시연을 진행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지금도 이런 능력은 필요하지만 모바일 방송에서는 댓글을 읽고 시청자의 반응에 대응하는 일이 추가된다.
방송을 본 사람이 상품을 구매했는지, 어떤 질문이 많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일도 방송 운영에 활용될 수 있다.
시청자가 많은 시간대와 관심을 보인 상품을 파악하면 다음 방송을 준비하는 데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쇼호스트가 이런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규모에 따라 기획자와 마케팅 담당자, 운영 인력이 업무를 나누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쇼호스트가 단순히 준비된 원고를 읽는 사람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품에 대한 이해와 방송 진행 능력, 고객의 질문에 대응하는 태도가 함께 요구된다.
라이브커머스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 판매자가 시청자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친근한 분위기에서 상품을 소개한다고 해서 모든 설명이 정확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방송에서 상품의 성능을 과장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효과를 주장한다면 소비자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건강 관련 제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할 때는 효능과 사용 조건을 신중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진행자가 시청자에게 재미있게 상품을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쇼호스트의 역할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쇼핑 방송의 기술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 기술을 이용해 상품 설명을 만들거나 가상의 진행자를 등장시키는 시도도 가능하지만, 이것만으로 인간 쇼호스트가 전부 대체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상품을 사용하면서 경험을 전달하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대응하며, 시청자와 신뢰를 쌓는 일에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TV 홈쇼핑만을 위한 진행 능력보다 여러 플랫폼의 특징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리모컨을 들던 손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1995년 TV 홈쇼핑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집에서 방송을 보다가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겼다.
화면에 표시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상품을 주문할 수 있었고, 며칠 뒤 집으로 배송되는 방식은 당시의 새로운 소비 경험이었다.
2020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쇼핑 방송을 보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방송 중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을 남기고, 진행자가 직접 답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쇼핑 방송을 보는 기기와 주문하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상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사진과 설명만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을 누군가 직접 보여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래서 쇼호스트라는 직업의 변화는 단순히 TV에서 일하던 사람이 사라지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TV 홈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로 이어진 변화는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이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게 된 과정이기도 하다.
다음에 스마트폰으로 쇼핑 방송을 보게 된다면 화면 속 진행자가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방법으로 상품을 설명하는지 한 번 살펴보자. 1995년의 쇼호스트와 오늘날의 라이브커머스 진행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한국경제, 「TV 홈쇼핑 시대 개막...오늘부터 채널 39 상품판매」, 1995년 8월 1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1995080100061
전자신문, 「홈쇼핑TV, 8월 1일부터 시험방송 개시」, 1995년 7월 26일
https://www.etnews.com/199507260064
ZDNet Korea, 「카카오 라이브 커머스 확대…'쇼핑라이브' 출격」, 2020년 5월 21일
https://zdnet.co.kr/view/?no=20200521135346
뉴스핌, 「네이버 셀렉티브, '쇼핑라이브'로 리뉴얼...중기 지원 강화」, 2020년 7월 23일
https://ir.newspim.com/news/view/20200723000341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4년 국내 방송산업 현황을 담은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
https://admin.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37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