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요금소 앞에서 차를 멈추고 창문을 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부스 안에 앉은 직원에게 통행권과 현금을 건네면 거스름돈과 영수증이 돌아왔다.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에는 요금소 앞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고속도로에서는 창문을 내릴 일조차 거의 없다.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결제 안내 음성이 나오면 요금소를 그대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은 하이패스와 무정차 결제 기술의 확산으로 업무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현장 수납과 요금 관리 업무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하이패스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단말기를 설치하고 결제 수단을 등록하면 차량을 세우지 않고도 통행료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고속도로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었다.
과거 톨게이트에는 여러 개의 수납 부스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고, 부스마다 직원이 근무했다. 차량이 한 대씩 멈출 때마다 통행료를 확인하고 돈을 받은 뒤 영수증을 전달했다. 이 과정이 끝나야 다음 차량이 움직일 수 있었다.
차량 한 대를 처리하는 시간은 짧았지만 수백 대, 수천 대가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특히 명절 연휴처럼 통행량이 집중되는 날에는 요금소가 도로의 병목 구간이 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 6월 30일, 하이패스가 처음 등장한 날
한국에서 하이패스가 처음 시범 운영된 날은 2000년 6월 30일이다. 당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성남·청계·판교 요금소에서 일부 차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이패스라는 이름은 지금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차량을 멈추지 않고 통행료를 지불한다는 발상이 상당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기존 요금소에서는 차량이 정차한 뒤 수납원이 통행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하이패스는 차량에 설치된 단말기와 요금소의 통신 장치가 정보를 주고받아 통행료를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무선통신이다. 차량이 요금소의 지정된 차로를 지나면 도로에 설치된 장치가 차량 단말기와 통신한다. 이 과정에서 통행 정보를 확인하고 등록된 결제 수단을 통해 요금을 처리한다.
운전자가 돈을 꺼내거나 직원에게 영수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2000년부터 하이패스가 전국 고속도로에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일부 요금소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다. 장비 설치와 통신 방식의 개선, 차량 단말기 보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도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이패스를 이용하려면 단말기와 결제 수단을 준비해야 했고, 기존 현금 수납 차로와 하이패스 차로를 구분해 이용해야 했다.
2007년 12월에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고속도로 요금소로 하이패스 서비스가 확대되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한 지 약 7년 만이었다.
이때부터 하이패스는 일부 운전자만 사용하는 특별한 서비스에서 전국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행료 결제 방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이패스가 확산되면서 요금소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현금 수납 차로에는 여전히 차량이 멈춰 섰지만, 하이패스 차로에서는 차들이 정해진 속도로 통과했다.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차량과 현장 수납 차량이 서로 다른 차로를 이용하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고속도로 운영기관 입장에서 하이패스는 차량 정체를 완화하고 요금 징수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운전자에게는 정차와 현금 결제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통행료 수납원에게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자신이 직접 처리하던 업무의 일부를 기계가 수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하이패스 이용률 80%, 톨게이트 수납원에게 일어난 변화
하이패스가 전국에 보급되었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가 바로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단말기 구입 비용과 사용 방법 등이 보급 초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환점 중 하나는 2014년에 등장한 '하이패스 행복단말기'였다. 한국도로공사는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필수 기능을 갖춘 저렴한 단말기의 보급을 추진했다.
당시 2만 5천 원 미만 가격의 단말기가 출시되면서 운전자들의 구입 부담이 낮아졌다. 단말기 보급이 늘어나자 하이패스를 사용하는 차량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이용률이 80%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전국 확대 이후 약 10년 만에 이루어진 변화였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하는 차량 10대 중 약 8대가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하이패스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현장 수납 업무의 필요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 대부분이 수납원과 직접 접촉해야 했다면, 이제는 많은 차량이 사람을 거치지 않고 요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수납원이 단순히 돈만 받는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현장 수납원은 차량의 통행권을 확인하고 요금을 계산했으며,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처리했다. 통행권을 분실한 운전자나 요금에 대해 질문하는 이용자를 응대하는 일도 있었다.
고속도로 요금소는 하루 24시간 차량이 오가는 시설이기 때문에 교대근무가 필요했다. 좁은 부스 안에서 반복적으로 차량을 상대해야 했고, 차량 배기가스와 소음에도 노출될 수 있었다.
차량이 많은 시간에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요금을 처리해야 했다. 반대로 야간이나 새벽에는 적은 수의 차량을 기다리며 근무해야 했다.
이런 근무환경에서 수납원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과 직접 만나는 대표적인 서비스 노동자였다.
2019년에는 통행료 수납원의 고용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해 8월 29일 대법원은 외주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수납원들이 실제로 누구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근무했는지, 외주용역 계약이 법적으로 어떤 근로관계에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같은 해 9월 관련 수납원에 대한 직접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판결과 관련된 대상자는 745명이었다.
이 사건은 통행료 수납원이라는 직업의 변화를 이해할 때 빼놓기 어려운 사례다. 자동화 기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이패스의 확산으로 현장 수납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기술과 산업 구조의 변화다. 반면 2019년 대법원 판결은 외주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법적 지위와 직접고용 의무에 관한 사건이었다.
두 사건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고 해서 고용 분쟁의 원인을 모두 하이패스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통행료 수납이라는 업무가 자동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장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024년 번호판 인식 스마트톨링, 이제 하이패스 단말기도 필요 없을까?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이용 방식을 크게 바꾸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차량에 전용 단말기와 결제 수단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말기가 없는 차량은 현장 수납 차로를 이용해야 했다. 잘못된 차로로 진입하거나 결제 수단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처리 과정이 필요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4년에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어도 차량을 멈추지 않고 통행료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2024년 5월 2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서 '번호판 인식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대상 구간은 경부고속도로 대왕판교 요금소와 남해고속도로의 일부 요금소였다.
이 기술은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해 통행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어도 시범사업 대상 차로를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통행료는 사전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통과 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진 납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차량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식과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하이패스가 차량 단말기와 요금소 장치 사이의 통신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번호판 인식 방식은 차량의 식별 정보를 이용해 통행료 결제 절차를 처리한다.
이 기술이 확대된다면 요금소에서 차량을 멈추고 돈을 내는 일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행료 수납원이라는 직업은 완전히 사라질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4년 시범사업 당시에도 기존 하이패스 차로와 현장 수납 차로는 함께 운영되었다.
또한 요금소에는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않은 통행료를 확인하고, 이용자의 문의를 처리하며,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가 남아 있다.
기계가 요금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어도 고객이 잘못된 요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결제 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까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설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업무도 필요하다. 통신 장치와 차량 인식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업무가 모두 기존 수납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술이 바뀌면 필요한 전문지식과 고용 형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결제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는 운전자의 편리함과 도로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동시에 그 서비스를 직접 담당하던 사람들의 일자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았다.
하이패스와 스마트톨링은 단순한 요금 결제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던 서비스가 사람의 손을 떠나 자동화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창문을 내리지 않는 시대가 남긴 변화
예전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동전이나 지폐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요금소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이고, 통행권을 찾고, 차창을 내려 수납원에게 돈을 건넸다.
이제는 그런 과정 없이도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수 있다. 하이패스 결제 안내가 들리면 통행료를 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2000년 일부 요금소에서 시작된 무정차 결제 기술은 2007년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2017년에는 이용률 80%를 넘어섰다. 이후에는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방식까지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
그 과정에서 톨게이트 부스에 앉아 운전자에게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건네던 모습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다.
운전자에게는 몇 초의 기다림을 줄여준 기술이지만, 그 일을 직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근무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의 역사는 편리한 기술 하나가 도입될 때, 그 기술 뒤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역할도 함께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하이패스 사업평가」 — 2000년 시범 운영과 2007년 전국 확대 관련 자료
매일신문, 「하이패스 이용률 80% 돌파…2007년 도입 10년 만에 달성」, 2017년 7월 10일
연합뉴스, 「도공, 요금수납원 745명 직접고용」, 2019년 9월 9일
국토교통부, 「번호판 인식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 2024년 5월